어떤 바닥인가하면은 그것은 내 건강의 밑바닥.
오른손목 건초염은 여전하다. 아직까지 주걱으로 밥푸기, 고무줄로 머리묶기 같은 걸 할때 엄지쪽 손목 근육이 아프다.
피곤해서 면역력이 떨어진건지 밑도 미쳐버리겠다. 질염이 생겼나? 오로도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그리고 tmi지만 변비도 다시 생김. 쾌변인생은 임신이후로 종결난 듯.
그리고 조리원에서부터 골반, 발목, 허벅지에 접촉성 피부염마냥 두드러기가 조금씩 올라왔지만, 그리 간지럽지 않아 넘길 수 있었는데, 피부트러블이 겨드랑이까지 북상하심.
마지막으로 대망의 유선염.
분명 출장마사지를 받으며 하루 한두번 분유를 주며 혼합수유 중인데 그래서 그런지 젖양이 주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백일정도에 단유되면 좋겠어요~ 뭐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거짓말처럼 그날밤부터 몸(과 특히 가슴)이 뜨겁게 불타더니 다음날 아침 견딜수 없는 고통이 찾아왔다. 와중 칭얼대는 아이에게 아침수유를 하고 병원을 검색했다. 아! 이건 바로 병원에 가지 않으면 안돼.
설상가상 한 병원에서 예약 마감이라며 거절당한 후 다른 유방외과에 찾아가는 길, 서러워서 눈물을 질질 짰다. 산후호르몬의 농간인가, 아파서 그런건가 눈물이 많아졌다. 눈물만 흘렀는가, 유방초음파를 위해 진료복으로 갈아입으니 대기실에서 내 가슴도 흰눈물을 줄줄줄... 팅팅 부은 눈으로 데스크에 휴지를 요청하니 놀란 직원이 수건을 가져다주셨다. 그렇게 진료 후 항생제를 처방받고 항생제를 복용하는 동안 유축을 하며 일시단유할 것을 권고받았다. 흑흑 검색해보니 모유수유 가능한 약이 있다고 했는데, 아파 정신이 반쯤 가출한 나는 이걸 물어볼 생각도 기력도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유축과 분유수유의 길. 첫날엔 이때 모든 약을 다쓰겠다며, 쑤시는 손목과 골반에 파스를 붙였다. 새벽 수유도 남편과 노나할 수 있다! 하지만 내 기쁨을 알았을까, 그래도 밤에는 2시간반-3시간 간격으로 수유를 하며 잠은 잘자던 아이였는데 새벽 2시 수유 이후 1시간 간격으로 깨서 강성울음으로 보챘다. 와중 애 달래랴, 따로 유축하랴 하... 아침이 되니 정신이 피로하고 전신이 쑤시고... 이런 슬픔을 임신 후 먹지못했던 초밥으로 달래려했으나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지. 항생제 때문인지 가슴에 두드러기가 났다ㅋㅋㅋ웃음조차 나오지 않는 너들너덜한 내 몸.
아이 하나 키우는데 어른이 갈려나간다. 1+1=3이 되는 기적같은 생면의 탄생이 아니라 그냥 어른 둘 수명을 갈아 새로운 아이와 노나가지는게 틀림없다.
이제 그럼 아이는 어떻게 지내나.
#많이 먹는 아기
아기는 많이 먹는다. 수유텀이 3시간-4시간도 나온다는데, 딱 하루 3시간 40분 수유텀을 가진 것 외에 아이의 수유텀은 평균 2시간. 짧게는 한 시간 반만에 밥을 찾기도 한다. 내 모유량이 부족한가싶지만 그건 아닌 듯 하다. 유선염으로 항생제 처방을 받고 4일간 완분했을 때도 수유텀은 2시간 반 정도였다. 그것도 기본 130ml는 먹으면서... 평균 1회 분유수유량은 최소 110에서 최대 170도 찍은 아이. 하루 총 수유량은 잦은 수유텀과 어마어마한 양으로 1000ml를 돌파했다. 소아비만을 생각하면 많이 먹는 건 안좋을 것 같은데, 최대한 늘리고 늘려 수유한게 저모양.. 지금은 다시 모유수유 위주로 돌아가려고 시도 중이다. 예전엔 모유수유로도 2시간 반텀은 나왔는데, 오늘 새벽부터 다시 시작한 모유수유에서는 그 사이 양이 뱃고래가 커졌는지 1시간 반만에 밥을 찾아 길고 긴 밤을 보냈다...


#트림 싫어, 게워내는 아기
많이 먹는 것치고 트림을 꽤나 안한다. 완분하는 동안은 트림을 꽤 빠르게 하긴 했지만 트림을 하고 안아주고 나서 눕히면 바로 게우는 슬픈 일이 다수 발생... 모유수유를 해도 먹고 트림을 시키는 도중 주륵주륵 게운다. 후.. 잘 자다가 본인이 게우고 불편해서 깨는 일도 발생. 안고 30분을 소화시키고 눕혀도 게우고, 밥먹고 한시간이 지나서도 트림을 한다.
#잠투정
손이 탔다. 그리고 잠투정도 생겨 졸리면 짜증짜증을 내며 울다가 품에 안겨 잔다. 약간 졸릴 때쯤 침대에 눕히려 시도해보는데, 80%확률로 깨서 오열. 그래도 언제까지고 아이를 안아 재울 수 없어 꾸준히 침대서 자는 연습을 해보려 노력 중이다. 옆잠배게니 좁쌀이불이니 다 치우고 침대에 아이만 눕혀 재우는게 정석이래서 그렇게 하고 있었는데, 안아서 재우다 눕히려 하자마자 펄떡거리며 온몸비틀기>토하기>오열엔딩으로 가는걸 좀 막아보고자 옆잠배게를 주문했다ㅜㅜ 각종 수면아이템들은 부모의 피땀눈물, 애환이 낳았다더니 맞는 말이다. 다음 리뷰에 옆잠배게 찬양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조금씩 아이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있고, 또 후회되는 것들이 쌓여간다. 아이는 목욕을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샤워기 물소리도 꽤나 좋아한다는 것. 하지만 유튜브서 검색한 물소리 asmr은 진짜 물소리와 다른지 효과가 없다는 것. 아이는 스와들파우치를 싫어하고 스와들업을 좋아한다는 것. 생각보다 기저귀 때문에 우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리고 아이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라 어르고 달래며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구분해주며 라포를 쌓아가야 한다는 것. "목욕을 좋아하니 좀 참았다가 목욕 후 수유하고 잠을 길게 재우자."라고 계획했어도 아이가 울고불고 난리가 나면 수유를 앞당기든가 목욕을 빨리하든가 하는 식으로 조정해야지, 계속 우는 아이를 달래서는 끝도 없다는 것... '미안해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같은 말을 좋아하진 않는데, 저 말을 쓸 일이 꽤나 생긴다. 미안해. 육아가 처음이라 나도 잘 몰랐어. 또 어디선 이렇게 해라, 저기선 저렇게 해라 말이 많아서 혼란스러웠어. 우리 좀더 잘 맞춰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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