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증상과 임신확인
어느날, 이상하게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아랫배가 더부룩했다. 속도 쓰리고 계속 배에 가스가 찬 느낌.
그리고 너무 졸렸다. 퇴근하고 남편과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넘나들며, 가끔 동생과 게임을 하며 밤을 보냈는데, 소파에서 유튜브를 보다가 잠들기가 일쑤였다. 9시만 되면 끔뻑끔뻑 무거워지는 눈커풀. 평소에도 잠이 많은 편이긴 했는데, 이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잠이 쏟아졌다.
또 착상혈이 보였다. 생리예정일 전 얼리임테기로 임신을 안 이후이지만 생리예정일 즈음, 연한 갈색의 피가 비쳤다. 착상혈은 모든 임산부가 경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나 같은 경우 하루정도 생리 끝자락 느낌으로 지나갔다.
체력은 얼마나 떨어지는지. 귀차니즘에 하루 날잡고 약속을 잡으면 오전 오후 저녁 두세탕씩 약속을 해치우던 내가, 점심 약속 이후 저녁 결혼식에 가기 전 기절할 것만 같은 피로감에 근처 누워 잘 수 있는 만화카페에 가서 세시간을 내리 잤다. 미쳐버린 듯한 체력저하에 내가 어디 고장난게 아닐까,,, 운동부족인가 의심될 정도.
내가 느낀 임신 극초기 증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아랫배 팽만감 및 더부룩함
- 아랫배가 콕콕 쑤시는 듯한 느낌. 생리통과는 다르게 말그래도 '콕콕' 찌르는 느낌. 처음 겪는 느낌이라 신기했다.
- 체력저하 - 너무 졸리고 피곤함. 조금만 외출해서 움직이면 피로함이 파도처럼 밀려옴. 잠이 늘어남.
- 착상혈 - 붉은 피가 아닌 옅은 갈색/분홍색 피
이래저래 불편한 시간이 지나며 저번달, 또 저저번달처럼 '혹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테기를 사두면 임신도 아닌데 설마하며 계속 테스트를 해볼 것 같아 미리 구비해두고 있지 않았는데, 혹시나 싶어서 또다시 임테기를 사왔다. 이번에는 얼리테스트기도 함께.
얼리테스트기는 일반 임테기보다 민감도가 높아서 생리예정일 4-5일 전에도 임신확인이 가능하다고 해서, 생리예정일 딱 4일 전 얼리임테기를 사용해봤다. 샤워를 마치고 언뜻 보니 한줄이라 음 이번에도 실패군. 하고 버리려던 찰나에 이상하게 한 줄이 더 보이는 것 같았다. 지금껏 임테기 한줄은 항상 봐왔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정말 한줄은 명백히 하얀 바탕에 아무것도 없이 선명하게 한줄만 보인다는 것을.
아무래도 이상해보여, 네이버 맘스홀릭 카페까지 가입해서 어떻게 보이시냐고 집단지성에게 조언을 구했다. 댓글들은 다들 보인다며, 하지만 임테기가 시약선 많기로 유명한 임테기니 다른 임테기로도 테스트를 해보라고 말했다(슈얼리즈 얼리임테기였다ㅠ 카페발 스마일 임테기가 좀 명확하게 나오는 듯 했는데, 그건 올리브영에 없었어..). 모든 사람들이 보인다는덴 이유가 있겠지,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틀 간격으로 임테기가 진해진다는 말에 이틀 간격으로 열심히 테스트를 해봤다. 점점더 진해지는 선을 보며 언제쯤 병원에 가야하는지 검색을 시작했다. 생리예정일 이후 일주일 뒤에나 가라. 그 전에는 아기집도 안보이기 때문에 피검사로만 알 수 있다는 이야기에 그 다음주로 산부인과 예약을 잡았다. 잡고 나서도 산부인과에 가기 전까지 계속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올리브영에 있던 임테기 2-3종류를 사서 돌려써봤고, 이후엔 원포 임테기(아래 사진)가 싸고 용량이 많아 계속 사용했다.
네이버 카페에서는 정보도 많이 얻었지만, 그만큼 걱정도 얻었다. 어느날부터 빨간 선이 진해지지 않아요. 화유(화학적 유산)일까요? 하는 글에 아, 이왕 온 친구가 흐릿한 선만큼 스쳐 지나기지 않기를 기도했다. 내가 이렇게 아이에 절실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막상 찾아온 친구가 가버린다고 생각하니 불안함이 가시지가 않았다. 그래서 산부인과에 가기 전까지 계속 확인하고 확인했다. 선이 진해지는지, 흐려지진 않는지 고민하고 고민하면서.
산부인과 첫방문
남편과 산부인과에 방문했다. 사람들이 꽤 많아서 예약한 시간보다도 한참 뒤에나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진료 전에 한번 더 소변검사로 임신여부를 확인했다.
첫 진료에서 작은 아기집을 보았다. 언뜻 난황도 보이는 것 같다며 임신이 맞다고 의사선생님이 축하인사를 건넸다.
4주 6일. 출산예정일은 7주-8주차에 확인하는게 제일 정확하다고 안내하며 임신확인증을 발급해주었다. 산모수첩은 심장소리를 듣고 난 뒤에 준다고 했다. 0.5cm의 작은 무언가. 처음 눈으로 그 무언가를 확인하니 안도되기도 하면서,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진료가 끝나고 나오는 길 남편이 내 어깨를 토닥였는데, 그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겠지.
하지만 설레는 마음도 잠시, 나는 그 이후 불안요정이 되어 매주 병원에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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